- 음성해설 Commentary
조준형(한국영상자료원), 허남웅(평론가)
Cho Jun-hyoung(Korean Film Archive) Huh Nam-woong(Film Critic)
최동훈(영화감독), 주성철(기자) - DVD Commentary Ver.
Commentary by Choi Dong-hoon (Film Director), Ju Sung-chul (Journalist)
- 돌아오지 않는 해병 미공개 컷(Unreleased Footage)
- 복원 전후 영상 Digital Restoration : Before & After
- 이미지 자료모음 Image Gallery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만희, 1963) 블루레이 출시
17분의 미공개 영상을 수록한 희귀본
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 전쟁영화의 걸작이자 한국영화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만희, 1963)을 블루레이로 출시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하고 블루키노가 제작한 33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반전영화로서 전쟁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기성세대에게는 매우 익숙한 영화이다. 6.25나 현충일에 단골로 방영된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전쟁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만희는 1963년 <돌아오지 않는 해병>부터 1974년 <들국화는 피었는데>까지 11편에 달하는 전쟁영화를 만들었다. 전체 연출작 51편 중 11편이라는 비중도 낮지 않지만, 필름이 남아있는 영화로 따지면 26편 중 8편이 전쟁영화다. 대략 30%가 넘는다. 이 정도면 전쟁영화 전문 감독이라 불릴 만도 하다. 당시 정권은 전쟁영화에 반공 메시지를 강조하길 원했지만, 이만희는 그보다는 전쟁 자체가 가진 비극적 본질과 그 폭력성, 그리고 그 극한상황에서 인간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그의 전쟁영화가 언제나 반전영화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영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표면적으로는 반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전쟁 자체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흐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오락성과 비극성의 탁월한 조율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이전 한국전쟁영화와 뚜렷이 다른 점은 한국전쟁을 오락의 대상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전 후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며 국민들이 한국전쟁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한국전쟁을 가볍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해병대의 대규모 지원으로 가능했던 첫 인천상륙작전 시퀀스를 비롯한 전투장면의 스펙타클은 오늘날 전쟁영화에서도 구현하기 어려운 시각적 즐거움을 주지만, 다른 한편 이는 전쟁이 가지는 폭력성을 리얼하게 체험토록 한다. 또한 영화의 사실상 혹은 숨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스코트 소녀 영희(전영선)와 구봉서가 맡은 해병 캐릭터는 영화 전반의 톤을 비교적 밝고 가볍게 만들고 있지만, 이 둘은 전쟁의 비극적 아이러니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요컨대 이 영화는 한국전쟁에 대한 체험적 재현과 전쟁의 의미에 대한 고찰, 정서적 톤과 오락성이 탁월하게 조율되고 통합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는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이만희의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는 측면이다.
17분의 미공개 영상 수록
이번 블루레이의 가치는 무엇보다 그간 한국판에서 볼 수 없었던 17분의 미공개 영상이 서플먼트로 수록되었
다는데 있다. 이 미공개분은 한국영상자료원이 뉴질랜드의 한 아카이브에서 2017년에 입수한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미국 수출본
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버전에는 성장하여 베트남전에 참전한 영희가 종군기자에게 자신의 한국전쟁 경험을 증언하는 인트로와 아웃트로 등이 새롭게 촬영되어 수록되어 있어 흥미롭다. 이는 당대 미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베트남전이라는 이슈에 편승하려는 배급사의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해외판 85분의 러닝타임 중 67분가량이 기존 영화의 재편집분인데, 그 중 17분이 한국 원판에 없던 내용이라는 사실이 해외 버전의 발굴 이후 밝혀졌다. 이 미공개 분 중 가장 많은 분량은 영희가 대대장으로부터 부대원으로 승인받는 부분(3분 49초가량)이며, 럭키클럽의 종업원들이 가게를 열 준비를 하는 부분, 그 외 각 전투장면의 미공개 부분 6분 등이 수록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이 미공개분의 출처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이다.
아주 특별한 코멘터리와 소책자, 고화질로 복원된 마스터
이 영화의 코멘터리에는 영화평론가 허남웅과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조준형이 코멘터리로 참여했다. 또한
이전 DVD에 수록되었던 영화감독 최동훈과 영화평론가 주성철의 코멘터리가 재수록되었다. 이 두 편의 코멘
터리, 그리고 소책자에 수록된 감독론과 작품 리뷰는 영화를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한 친절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소책자에는 이 영화의 미국 수출버전을 직접 수집하고, 연구한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 최영진의 원고가 수록되어 있다. 당시 이 영화의 미국 버전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어떻게 배급되고 상영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34개가 넘는 미공개분의 씬과 시간까지를 꼼꼼하게 조사하여 수록한 매우 흥미로운 원고다. 한편 이 블루레이의 영상은 한국영상자료원이 2022년 4K로 복원한 결과물을 소스로 하였다. 초고화질로 복원된 버전을 통해 이 영화의 가치를 더욱 뚜렷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독 이만희
이만희는 1931년 10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1950년 11월, 육군에 입대하여 육군본부에서 암호병 등으로 근무하다 1954년 7월경, 4년에 가까운 군생활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기간을 온전히 군에 투신한 이력은 전쟁영화 전문 감독으로서 이만희를 만든 결정적 경험이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전쟁 그 자체를 고민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제대 후 그는 안종화, 박구, 김명제 감독 등의 조감독 생활을 5-6년 정도 경험했다. 데뷔작은 1961년 1월에 개봉한 <주마등>이었다. 이후 그는 1975년 4월 유작인 <삼포가는 길> 편집 중 사망할 때까지 약 14년 간 51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이만희는 한국영화사의 중요한 감독 중 하나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만추>(1966),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삼포가는 길>(1975) 등 몇몇 대표작들로만 알려졌을 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의 회고전, 한국영상자료원의 전작전을 통해 영화세계의 전모가 제대로 소개되기 시작했고, <검은 머리>(1964), <물레방아>(1966), <휴일>(1968) 등의 영화가 새롭게 발굴되면서, 이만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감독의 지위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