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베를린 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수상 직전까지 본선 진출작 23편의 치열한 접전으로 그 누구도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특히 <케이티>는 <나쁜남자>와 나란히 본선에 진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에서 각축을 벌였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케이티>가 이때부터 한국의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제작기간동안 비밀스럽게 진행된 작품이라 베를린 영화제는 이 작품의 숨겨진 베일이 세상에 서서히 벗겨지는 통로였다. 또 이곳에서 평론가와 관객의 격찬을 받으며 작품성을 검증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은 한일 양국간의 미묘한 시기에 일어난 역사적 실화를 토대로 한 '나까조노 에이스케'의 원작소설 <납치>를 영화화 한 것으로, 한국의 현직 대통령, 김대중 납치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카모토 준지는 김대중의 시각에서 영화를 풀어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음모자들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풀어가고 있어, 우리가 언뜻 예감할 다큐멘타리적 서사성보다는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스릴과 함정, 그리고 비장미에 압도당한다. 따라서 관객은 이미 알고 있던 실제 사건을 다시 접하기 보다는, 독특한 플롯의 액션 스릴러를 볼 수 있을 것. 이 점이 바로 <케이티>가 갖는 가장 큰 대중성이자 작품성이 될 것이다.

영화 <케이티>에는 일본, 한국 연기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진귀한 기회가 제공된다. 특히 한국의 김갑수와 일본의 사토 고이치의 힘있는 연기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음모를 수행하는 자들의 비애와 우정, 그리고 그 실행과정을 긴박감 있게 이끌어가는 두배우의 연기는 화면을 지배한다. 또, <간장선생><우나기>에 출현한 일본 국민배우 쯔카모토 아끼라, <용마암살><복수의 노래가 들린다>등, 무수한 영화에 출현한 일본영화의 전설 하라다 요시오, <으랏차차 스모부>의 카가와 테루유키, <화이트 아웃>의 미츠이시 켄... 등 일본 최고배우들이 대거 출연, 배우들의 네임밸류를 통해서도 최고의 영화임을 입증하고 있다.

<케이티>를 제작하기 전, 제작자 이봉우와 사카모토 준지는 '김대중 납치사건'이 실제 벌어졌던 장소를 철저히 답사했다. 사건이 행해졌던 그랜드 팔레스 호텔, 자위대 본부, 일본 경찰청, 주일 한국대사관, 김대중이 실제 머물던 게이오 프라자호텔. 동경 민단... 등 역사적 장소가 영화 속에 그대로 나온다.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되는 해상 암살 음모씬은 부산에서 이뤄졌는데 73년 납치사건 당시 이용했던 '금룡호'가 부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 따라서 관객은 영화를 위한 제3의 세트가 아닌 납치사건 당시의 실제장소를 생생히 볼 수 있어 드라마틱한 영화적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

작전명: 케이티, 타겟: 김대중, 음모자: KCIA, 그가 죽어야 내가 산다!
1973년 봄, 김대중이 일본에서 왕성한 정치활동을 하자 한국 중앙정보부(KCIA)는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일명 “KT작전”에 들어간다. 한편, 일본 자위대 토미타 소령은 상부로부터 한국의 작전을 도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8월 8일 김대중이 한국에서 온 정치가를 만나기 위해 그랜드 팔레스 호텔에 나타나자 외교관으로 신분을 감춘 KCIA 요원들과 토미타는 그를 납치해 미리 준비해둔 선박으로 옮기는데 성공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