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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로저스 출신 앨빈 에일리 (Alvin Ailey 1931-1989)는 미국 무용 발전의 견인차이자 최초로 흑인 무용수를 무대에 올렸던 무용가이다. 그가 처음 목격한 세상은 피부색과 역사적 신분 때문에 흑인들이 겪었던 불평등한 사회였다. 그에게 종교는 자신의 잠재적인 감정을 발산하는 표현 수단이었으며, 그것을 통해 독창적인 안무를 창조해 냈다. 그의 무용단이 창립 이후 5년간 다민족주의를 내세웠으며, 무엇보다도 흑인들의 사회적 여건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던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1958년 자신의 무용단을 창립할 때까지 에일리는 유명한 브로드웨이 무용가였으며 자신이 출연한 다수의 작품들을 직접 안무하기도 했다. 마사 그레이엄 (Martha Graham), 도리스 험프리스 (Doris Humphreys), 찰스 와이드먼 (Charles Weidman)식의 현대 무용에도 정통했다. 당시 무용가들이 고전/현대 무용, 부족/민족 무용, 디스코를 작품으로 선보이던 시절, 에일리는 유년 시절에 들었던 민속 음악, 블루스, 노동가, 복음 찬송가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대표 작품들에 반영했다. 인류 현실이란 문제를 작품 속 주제와 결부시킨 그의 대다수 작품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앨빈 에일리의 아메리카 댄스 씨어터는 전세계를 순회하며, 50여명의 안무가가 창작한 150여 편의 발레 작품들을 공연했다. 무용수 7명으로 초라하게 시작했던 무용단의 규모는 3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들은 과거 주요 작품들의 창고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구세대와 신세대, 주류와 실험집단, 흑인과 백인 안무가에게 공인 받던 무용단으로서 무용계에 끼친 그 영향력은 가히 대단했다. 1989년 에일리가 급작스럽게 사망한 후 그의 뒤를 이어 단장에 오른 흑인 무용수, 주디스 제미슨 (Judith Jamison)은 에일리의 뜻을 받들어 세기와 극적 반전에만 치중하던 기존 무용계에 회의를 느낀 관객들을 꾸준히 사로잡고 있다.
[수록 작품]
Divining : 무용단원 시절 주디스 제미슨의 첫 안무 작품. 아프리카 부족 의식을 재현하는 이 작품은 정글 속의 신비로운 정신과 젊은 여성의 통과 의례, 매력적인 드럼 리듬에 맞춰 무아지경에 빠진 듯한 춤 동작을 선보인다. 지난 15년간 영국과 유럽에서 고전적이고 개성적인 무용가로 알려진 지오프리 웨스트(Geoffrey West)는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The Scotsman 과 Scotland on Sunday지의 무용 평론가와 Dance Europe의 에든버러 통신원으로 일하고 있다.
Revelations : 1960년이래 무용단의 주요 레퍼토리. Revelations은 미국 남부 오지에 거주하는 흑인들의 삶을 찬양하는 작품으로, 율동의 스케일과 흑인 특유의 정신을 해석하는 무용수의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돋보이고, 또 일상생활을 무언의 정지 상태로 재현함으로써 관객들을 압도한다.
Cry : 흑인 여성에 대한 에일리 자신의 찬가. 어머니의 생신 선물이자, 1971년에 무대에 올려진 주디스 제미슨 주연의 이 작품은 흑인 여성들이 겪었을 끝없는 시련을 표현한다. 초반부에는 출산, 양육, 고달픈 일상, 좌절하는 모성애가 드러난다. 차별을 극복하고 자유를 얻게 될 때까지 참아내야 했던 폭력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속박된 삶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삶에서 겪은 슬픔과 기쁨을 그린 독무이다.
The Stack-Up : 텔리 베티 (Talley Beatty)가 안무를 담당한 작품. The Stack-Up은 모던 재즈가 흐르는 뉴욕을 배경으로 밀림과 같은 도시에서의 삶을 표현한다. 그룹, 듀엣, 솔로 무용수들이 넓은 무대를 이동할 때 광적인 춤사위를 이끌어내는 리듬이 계속 이어진다. 마약 판매상이 희생양에게 몰래 접근하는 장면에선, 끝없는 경쟁과 늘 존재하는 폭력의 가능성을 묘사한다. 디스코란 하위문화 속에서 결과에만 집착하는 사회상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