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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증에 대한 우울하지만 치밀한 연구로 손꼽힐 만한 수작 영화. 아이러니컬한 할리우드 고전적 시네마에 능통한 빌리 와일더 감독은 좌절한 소설가가 알콜중독으로 무너져 내리는 심리적 세계를 꼼꼼하고 극적으로 묘사하여 호평을 받았다. 사실 이 영화는 감독보다도 배우의 연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과연 만년 2류 배우였던 레이 밀랜드는 아카데미 영화제 및 칸느 영화제에서 동시에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는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대사없는 장면이 많은데, 그는 알콜과의 고통스런 싸움을 리얼한 몸짓과 표정 연기로 보여주며, 이때의 음악은 그의 심리와 고통을 암시하는 분위기로 가득차 오른다. 이런 기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 충분한 감정이입의 여건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작가는 알콜중독에 빠졌기 때문에 쓰지 못하는 것일까, 쓸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에 알콜중독을 초대한 것일까.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슬며시 드는 의문이다.
돈 버냄(레이 밀랜드)은 팔리지 않는 가난한 소설가이다. 그가 의지하는 것은 술뿐인데, 그런 형을 보는 동생 윅 버냄(필립 테리)의 시선은 무심하다. 그게 어디 하루이틀의 문제던가. 이들 형제는 뉴욕 맨하탄의 아파트에서 짐을 꾸린다. 주말을 시골에서 보내려는 것이다. 역시 문제는 술! 돈 버냄의 관심사는 여행보다 버본 위스키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어떻게 하다가 돈은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이 되었던가. 그의 여자친구 헬렌(제인 와이만)은 본래 낙천적인 성격의 여인이지만, 그의 절망적인 열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헤어질 결심을 한다. 그녀는 결국 카네기 홀의 콘서트에 이들 형제를 초대하는데, 그게 돈과의 이별선물이 될 예정이다. 결국 지독한 알콜 중독 환자인 돈은 최후의 시도로 권총 자살을 기도하지만, 헬렌의 만류로 재기의 결심을 굳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