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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면, 사랑이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대종상 6개 부문을 석권한 이정국 감독의 데뷔작 <두 여자 이야기>, 애절한 사랑으로 1997년 전국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신양을 최고의 스타로 끌어올린 <편지>. 이 두 영화는 이정국 감독에게 ‘감각 연출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두 여자 이야기>가 여성의 갈등을 보여준 여성 멜로, <편지>가 눈물샘을 자극한 감각 멜로라면 감독 스스로 가장 자신의 느낌과 닮았다고 만족을 표시한 <산책>은 무공해 유기 농산물과 같은 자연주의 멜로다.

원래 멜로영화는 중세 유럽의 민담과 교훈극에서 출발한 것으로 가족 관계, 결혼 등과 같은 현실적 이야기들로 관객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장르였다. 그러나 70년대 이 장르가 헐리우드에 도입되면서 전형화된 관계 설정으로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로 굳어지게 되었다. 한국 영화에서의 멜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접속>, <약속>,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 특수한 관계에서 빚어지는 달콤한 사랑에만 몰입해 진정한 멜로 영화의 의미 - 우리의 삶 안에서 모두가 느낄 수 있는,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것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산책>은 멜로 영화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점점 더 강한 자극으로 치닫고 있는 멜로 영화를 삶 속으로 끌어내리는 영화. 우리가 이 영화를 주목해야 할 특별한 이유다.

이별을 경험했을 때 유행가 가사가 더욱 새롭게 다가서듯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즐거움을 나누듯이, 그리고 외로울 때면 자기만의 선율 속으로 빠져들듯이 음악은 모두가 간직한 마음의 휴식처이다. 삐걱거리는 결혼, 직장에서의 좌절, 가족 간의 어긋남… <산책>의 주인공들이 맞닥뜨리는 일상은 삭막하고 힘겹지만 밤마다 함께 다락방에 모여 콘서트를 준비하는 순간 그들은 ‘자기들만의 꿈꾸기’를 시작한다. <산책>은 우리에게 그 노래가 선사하는 꿈속으로 젖어들 기회를 준다.

한국 서정음악을 대표하는 조동진과 ‘김광석 프로젝트 밴드’의 이름으로 모인 이정열, 윤도현 등 싱싱한 노래꾼들이 모여 음악을 만들고 배우들이 자연과 함께 그 노래를 들려주는 특별한 영화 <산책>. 그 푸른 선율이 당신을 물들인다.

항상 모차르트 음악만 트는 레코드 가게 주인 영훈. 아버지와 단 두 식구지만 어머니의 죽음이 아버지 탓이라 여기는 영훈은 아버지에게 늘 차갑게 대한다.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소식조차없는 첫사랑만을 기다리는 영훈. 모차르트 음악조차 그녀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하루 중 그가 삶을 느끼는 순간은 친구들과 콘서트 연습을 하는 시간 뿐.

콘서트 날짜가 다가오면서 영훈은 종업원을 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낯선 여자 연화. 영훈은 자신과 전혀 다른 그녀에게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영훈의 아버지는 연화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내고, 연화는 그런 영훈의 아버지에게 가족의 따스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영훈의 첫사랑 세희가 찾아와 아들과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게 되고, 오랜 기다림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영훈은 크게 흔들린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연화의 가슴에는 미묘한 바람이 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