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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앞으로 12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투 타이어드 투 다이>는 주연배우만으로도 대단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국내최고의 여배우 김혜수와 <중경삼림><타락천사> 단 두 편의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금성무가 출연하였으며, <마이티 아프로디테>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헐리웃의 떠오르는 배우 미라 소르비노가 캐스팅 되어 3국의 스타가 한 작품에서 만난 것이다. 뉴욕 현지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으며 영화전반에 걸친 작업도 현지 스탭들과 진행되었고, 영화 전체 대사 역시 모두 영어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감독과 제작, 투자, 배급까지 모두 한국인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당시 IMF 시대에 수출로서 돌파구를 찾던 산업트렌드에 발맞추어 전 세계 배급을 목표로 제작되어 해외에서 먼저 개봉한 후 한국에서 개봉하는 이례적인 절차로 영화는 진행되었다. 우리 영화 산업이 고민해야 할 제작방향을 제시한 선구적인 작품으로 신선한 방식을 통해 만들어낸 이 영화는 1995년 선댄스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의 프로듀서 도나 베스콤이 참여하였고 제작비 130만 달러가 들었으며, 일본 판권이 35만 달러에 팔려 98년 8월8일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봉되었다. 개봉 일주일만에 1,000 만엔의 흥행 수익을 올려 주목 받은 이 작품은 이후 남미, 홍콩 등지에 판권을 팔아 70만 달러 가량을 벌어들였다.
<투 타이어드 투 다이>는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대학교 철학과제 같은 소재를 아이디어로 만든 영화이다.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제7의 봉인>에서 한번 다루었던 주제를 진원석 감독은 도시적인 감성이 드러나는 경쾌한 코미디풍으로 끌고 나간다. 한국자본으로 한국감독이 만든 영화지만 <투 타이어드 투 다이>는 다인종이 모여 사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일본인 주인공이 나와 각양각색의 인간들을 만나 벌이는 입담과 경치를 보여준다. 뉴욕의 현장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그곳의 아파트, 카페, 레스토랑, 화랑 등이 분위기 있게 배경으로 자리 잡혀 인물들의 감정을 충분히 살리며 시각적인 구조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버라이어티>의 토드 매커시는 “여러 영화를 절충적으로 받아들인 이 영화의 윤기는 깜찍하다. 영화제 관객과 도시 관객의 구미에 잘 들어맞는 취향을 지니고 있다.”라고 논평했다. 유학파 감독 진원석은 독특한 스타일로 영화가 제시하는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돌파력이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냈다.
켄지는 별달리 하는 일 없이 부모가 부쳐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뉴욕의 일본인. 어느 날 8등신 몸매에 금발을 자랑하는 고혹적인 매력의 미녀가 죽음의 신 ‘데쓰(Death)’로 나타나 한 아랍 남자를 쫓아 달리는 이상한 꿈을 꾼 켄지는, 다음 날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한 카페에서 간밤에 꿈에서 보았던 죽음의 여신 ‘데쓰’가 바로 그 아랍 남자를 쫓아 달리는 것을 보고는 아연실색한다. 그리고 이 믿을 수 없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들을 따라 켄지도 달린다. 그러나 도망가던 남자에게 사실을 물어본다는 것이 결국에는 데쓰 일행에게 그 남자를 잡아 넘기는 격이 되어 버리고, 데쓰는 켄지에게 감사의 키스를 남기고 사라진다.
다음날 아침, 이상한 꿈을 꾸다 잠에서 깬 켄지는 순간 자신의 머리맡을 지키고 있는 데쓰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데쓰는 낮에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오늘밤 9시에 켄지를 데려갈 것이라고 미리 일러준다. 즉, 켄지는 앞으로 12시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
데쓰가 12시간 후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켄지는 절망하기 시작한다. 12시간 후에 죽을 운명에 처한 켄지는 인생 최후의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과연 켄지는 죽음을 기다리는 12시간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