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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루치에서 코다르까지...<텐 미치츠 트럼펫>에 이은 거장 감독들의 시네 에세이
* 영겁의 시간으로 희귀하는 우화 속 이야기
* 우주의 시간 속을 살다
* 단절된 기억에 관한 10분의 시간
* 배우의 얼굴, 삶의 얼굴, 시간의 얼굴
* 기차여행 그리고 10분의 철학적 대화
*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 시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 그 모든 시간의 마지막 순간은…
01 <물의 이야기 Histoire D'eaux>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영겁의 시간으로 회귀하는 우화 속 이야기
이탈리아 시골에 도착한 한 무리의 인도인 이민자들… 그 중의 한 청년인 나라다, 정처없이 걷던 그는 커다란 나무 아래 앉아있는 한 노인을 만난다. 목이 마르다며 물을 청하는 노인. 나라다는 물을 찾기 위해 헤매다 이탈리아 여인을 만나고 그녀의 오토바이를 고쳐준다. 고맙다며 그를 마을로 데려간 여인. 결국 그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태어난다. 세월은 흐르고 어느덧 희끗희끗해진 머리가 된 나라다. 그와 그의 가족들은 새 자동차로 드라이브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다. 끌어올려지는 자동차를 허탈하게 바라보는 가족들. 나라다는 괴로운 마음에 숲을 가로질러 무작정 걸어들어간다. 그리고 그곳 나무 아래엔 아직도 물을 찾으러 간 그를 기다리고 있는 노인이 앉아 있다. 해가 저만큼 넘어가는 늦은 오후의 햇살 아래서 노인은 나라다에게 말한다, 하루 종일 그를 기다렸다고…
02 <시간에 대해서 About Time 2> - 마이크 피기스 감독
단절된 기억에 관한 10분의 시간
영화는 네 개의 분할된 화면으로 시작된다. 공간과 시간이 단절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각각의 화면은 현재를 지나 과거와 미래로 탐험해 나가는 기억의 여정이다.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현재,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어린 시절, 사랑하는 여인과 보낸 행복의 절정, 과거와 마주하는 미래의 시간들… 각각의 시간은 1950년대, 1960년대, 현재 그리고 2040년이다. 네 개의 화면 속 연속된 10분의 시간이 흐르며 점차 네 개의 공간은 하나로 연결된 공간임을 알게 된다. 인물들은 서로를 넘나들고 교차하며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네 개의 카메라와 네 개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막연하게 나마 이어지고 뿌리가 같은 하나의 기억임을 보여주는 것…
03 <단 한 번의 순간 One Moment> - 이리 멘젤 감독
배우의 얼굴, 삶의 얼굴, 시간의 얼굴
단 한 번의 순간 순간들이 모여 삶의 긴 세월이 완성된다. 수많은 영화의 장면 장면, 순간 순간들이 한 배우의 얼굴을 통해 인생으로, 역사로 다가온다. 체코의 유명한 영화배우인 영화 속 주인공은 젊은 시절부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양하게 맡았던 캐릭터들의 모습을 모은 클립들 안에서 시간과 영화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와 가벼움 그리고 무거움에 대해 말없이 웅변한다. 한 마디의 대사 없이도 그의 얼굴 모습 그리고 세월의 주름만으로 그 어떤 드라마틱한 이야기보다도 극적인 순간들을 재현해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젊은 열정에 빛나거나 사랑에 취하고, 때로는 바보스럽게 젊은 여인들을 훔쳐보고, 또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박력을 보여주던 이 체코의 국민배우는 10분의 시간으로 인생의 깨달음을 전달해준다.
04 <10분 뒤 Ten Minutes After> - 이스트만 자보 감독
인생 혹은 시간의 아이러니
남편의 생일을 맞아 샴페인과 케이크 그리고 비디오카메라까지 준비하고 파티 준비를 끝낸 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한 여인. 잠시 후 벨이 울리고 남편이 돌아오지만 그는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한 상태다. 남편은 아내에게 욕설을 퍼붓고 거칠게 대한다. 한동안의 몸싸움 끝에 아내는 그만 나이프로 남편을 찌르고 만다. 전화로 신고를 하는 아내. 곧이어 경찰과 응급구조대가 도착하고 그녀는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가려 하지만 경찰은 그녀를 살인용의자로 체포한다. 어느 중산층 아파트의 평화롭던 일상, 사랑받는 아내였던 한 여자가 단지 10분 뒤 남편을 살인하려던 용의자가 되었다. 10분이란 시간이 갖는 비극적인 인생의 아이러니…
05 <낭시를 향해서 Vers Nancy> - 클레르 드니 감독
기차여행 그리고 10분의 철학적 대화
철학자 장 뤽 낭시와 그의 학생 중 한 사람인 안나가 기차여행을 하며 서로 나누는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영화이다. 낭시는 '침입자'라는 단어로 이민자들이나 타자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불안과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또한 인종융합에 관한 미국적 개념인 '도가니'가 차이를 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하며 더불어 이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길게 이어진 대화가 끝난 후 그들의 자리에 한 흑인이 들어와 조용히 묻는다. "언제 도착하죠?"…
06 <계몽 The Enlightenment> -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시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보트 안의 한 노인, 해변에서 돌을 던지는 소년, 그리고 캠핑지에 모인 다양한 인간 군상들. 그 안엔 가족을 방문해 흑인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임신한 딸도 있다. 평온했던 가족들은 혼란과 갈등에 빠지고 그녀는 근처의 젊은이들과 술을 마시며 어울린다. 이들의 모습을 유유히 훑고 있는 카메라의 시선과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내레이터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캠핑지의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시간과 실존에 대한 고민을 고백하던 목소리는 점차 신과 진리의 빛을 향해 다가가고 결국 죽음과 함께 그 실체가 드러난다…
07 <별에 중독되어 Addicted To The Stars> - 마이클 레드포드 감독
우주의 시간 속을 살다
오랜 시간의 우주 여행을 마치고 2146년 지구로 귀환한 한 우주 비행사. 8광년 동안의 긴 여행, 지구는 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신체 나이는 단지 10분이 경과했을 뿐이다. 짧은 시간여행의 결과는 낯설디 낯선 고향 땅과 난생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 뿐이다. 그리고 그에겐 가족이 있었다. 그 낯선 도시를 가로질러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여전히 별들만이 가득하다. 아흔 살의 노인이 된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 겨우 눈을 떠 주름 가득한 얼굴로 마주한 아들은 울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08 <시대의 어둠 속에서 Dans Le Noir Du Temps> - 장 뤽 고다르 감독
그 모든 시간의 마지막 순간은…
"왜 밤은 어두울까요? 아마 우주가 너처럼 젊었던 한때 하늘이 다 불타버렸기 때문이지. 그리고 하늘의 별을 볼 때 우리는 단지 사라지는 것만을 볼 수 있을 뿐이야."
'청춘의 마지막 순간', '용기의 마지막 순간', '사유의 마지막 순간', '기억의 마지막 순간', '사랑의 마지막 순간', '침묵의 마지막 순간', '역사의 마지막 순간', '공포의 마지막 순간', '불멸의 마지막 순간', '영화의 마지막 비전'까지 각각의 소제목으로 나뉘어진 영화는 장 뤽 고다르 자신이 만든 영화 및 다큐멘터리의 장면들을 인용해 또 한 편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배우 장 피에르 레오가 <메이드 인 USA>에서 '어머니'를 외치며 죽어가는 장면, <작은 병정>에서의 물고문을 당하는 장면, 안나 카리나가 <비브르 사 비>에서 눈물 흘리는 클로즈업 장면 등은 극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영화 속에 자리잡고 있다.